여행 이야기

2014년 3월 12일 오후 03:41

대구강산 2014. 3. 12. 15:42

모든 소방관 사망사고는 인재(人災)이다.


무의지의 화마가 삼켜버린 것을 어찌 사람의 잘못이라 할 수 있는가 반문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는 현 대한민국의 소방 현실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부분의 남자가 겪어봤을 군대에 비유해 설명해 보겠다.
전시 생사여탈권을 갖는 장교, 신임 소대장이 전입하자마자 전투가 벌어졌다.

실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우수한 성적으로 사관학교를 졸업한 이 소대장은

어쩐일인지 당황하여 ‘앞으로 가’라는 명령 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분대장인 당신은 소대장 보다 군생활을 조금 더 많이 알지만 그렇다고 계급사회인 군대 내에서

소대장을 배제하고 행동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실전경험이 전무한 것은

모두 마찬가지 인지라 그저 소대장을 믿고 따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무리 소대장이라 하여도 실전경험이 없으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몇차례 전투를 치루면서 경험을 쌓으면

그 어리숙한 소대장도 역사에 나오는 어느 전쟁영웅처럼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대장 뿐만 아니라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 군단장, 군사령관, 참모총장,
국방부장관 모두가 신임(新任)이라면, 뿐만 아니라 소대장, 중대장등 작은 부대 지휘관부터

차례로 경험을 쌓은 것이 아니고 소위 임관후 행정업무를 보는 참모 임무만 수행하다

어느날 갑자기 진급을 했다는 이유로 사단장이라는 직을 맡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연 우리는 이런 군대에서 전투중 병사가 사망하는 것을 전사(戰死)라 할수 있을까?
아니면 이런 군조직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로 인한 인재(人災)라고 부르는 것이 더 옳은 것일까?

아마도 지각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소방관의 사망사건은 인재(人災)인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들은 말도 안되는 조직체계를 우리는 소방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소방관은 최초 임용후 6개월 간은 무조건 말단 조직에서 근무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소방안전센터, 구조대 또는 구급대에서 최소 6개월간 화재진압,구조,구급 업무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무기간만 지나면 정년퇴직 할 때까지

어느 부서에서 근무를 하더라도 제한은 없다.


6개월 간의 의무복무(?) 이후 소방서 내근(행정업무) 간부에게 발탁되어 내근직으로 인사 이동 되면
더 이상 화재진압을 하지 않을 수 있다(이런 저런 이유로 내근직에서 쫓겨나는 경우는 논외로 하자.

내근직으로 발탁하고 방출할 권리는 부하 직원을 부릴 수 있는 아주 커다란 권력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내근직의 일원이 한번 되면 본인이 원하지 않거나 상관이 싫어하지 않는 이상

소방사(9급상당)-소방교(8급상당)-소방장(7급상당)까지 보통 10여년을 행정업무만 보게 된다.


이렇게 내근직으로 발탁된 소방관은 안전센터에서 화재진압을 하는 동료 보다 근무평점을
더 높게 받게되어(내근직이 현장활동을 하는 화재진압대 보다 더 높은 가산점을 받도록 규정되어 있음)남들보다 더 빠르게 소방위(6.5급 상당)로 진급하여 잠시 119안전센터의 화재진압 팀장으로 가거나

(내근 자리가 없을 경우 잠시동안) 아니면 계속 내근부서의 주임(차석)이 된다.


소방조직의 초급간부인 소방위가 되었지만 역시나 화재진압. 구조. 구급은 뒷전이다.
내근에서 행정업무를 봐야 진급을 빨리할 수 있으니 머릿속엔 내근으로 갈 방법으로만 가득하다.

내근에서 업무를 봐야 소방경(6급, 내근 계장/119안전센터장/구조대장)또한 빨리 될 수 있다.

소방경 또한 소방위처럼 잠시 경력관리를 위해 센터장을 할 뿐이고 하루 빨리 내근자리로 옮겨야

소방령(5급상당, 소방서 과장)이 될 수 있는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마찬가지로 내근에서 과장으로 근무해야 소방정(4급상당)이 될 수 있고, 소방정이 된후엔

소방서장을 얼른 마치고 본부에서 과장을 해야 소방준감(본부장)으로 빨리 진급할 수 있다.


소방관의 사망사고를 인재(人災)로 만드는 원인은 이런 진급시스템에 있다.
일선 안전센터의 팀장(군의 소대장)이나 센터장(군의 중대장)은 그래도 내근이 되지 못하고(?)

안전센터에서 계속 근무하여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아직은 대다수다.

하지만 이들을 지휘 감독하는 상급기관인 소방서의 계장(센터장과 직급은 같으나 현실적으로

센터장 보다 높은 과장으로 진급할 가능성이 높기에 센터장 보다 우위)이나 과장의 화재진압 경험은

화재진압대의 말단 직원과 비교하기 창피할 정도 적다.


이런 상황이니, 실제 화재현장에서는 전투기술은 있으나 전략, 전술이 없는 꼴이 된다.
적을 무찌르겠다는 각오로 돌격 앞으로 나아가지만 어떠한 체계적인 명령도 받은바 없다.

전투가 소강상태지만 보급계획(탄약, 식사, 물등)도 없고, 치열한 전투로 피로한 몸을 쉬어야 하지만

교대로 쉬라는 명령도 없다. 이미 적은 후퇴한지 오래지만 적참호를 빨리 점령하여야 한다는

욕이 섞인 다그침에 고지를 향해 뛰어가다 적이 쏜 탄환이 아닌 내안에서 타오른 열기에 의해

쓰러져 간다. 화재출동이다. 두려움은 없다. 인명을 꼭 살리겠다는 의지가 타오른다.

현장에 도착했으나 진압대장(소방경, 6급)은 안전에 유의하라는 허울좋은 말만 남긴채

빨리 투입하라며 다그칠 뿐 어떠한 명령도 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인지 건물 뒤편은

붕괴 우려가 없는지 건물안에 구조할 사람은 정말 있기나 하는건지 알 수가 없다.


화재가 커서 소방서 전 대원이 출동을 한다. 소방서의 살림을 맡아보는 행정과장
(예산, 보급품, 장비업무)도 출동하였다. 식사시간이 지난지 오래라 대원들은 힘이 빠져 지쳐있지만

물 한모금 빵 한조각이라도 보급할 생각은 하지 않은채 그냥 나둬도 되는 불티를 지나쳤다고

욕지거리를 날린다. 현장지휘대장은 수시간 열기에 싸워 지쳐가는 대원들을 휴식 시킬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쉬고있는 대원을 보며 삿대질을 한다.

서장은 한 참 떨어진 곳에서 도지사가 방문할지 모른다며 브리핑 연습에 열중할 뿐이다.


이들의 무지, 무개념, 몰지각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전투(화재진압)감각 또는 작전개념이
높은 수준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현장활동적 사고(전술적 사고)와 경험을 요구하지 않는 조직체계를 비판하고자 할 따름이다.


진급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근무평정에서 현장활동 경험(화재, 구조, 구급)은 비중이 없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근 근무를 해야 근무 월수에 비례하여 가점을 받을 수 있다.

팀장 센터장 서장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지휘관으로서의 지휘능력에 대한 평가도 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군에서처럼 진급을 하면 야전지휘관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다.

한번 내근을 하면 서장, 본부장이 될 때 까지 현장활동을 한번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신속한 화재진압을 위한 연구, 대원피해 방지를 위한 노력,
실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등에 대한 개념등 소위 작전개념이

머리에 들어 있질 않는다. 조직에서 요구하지를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렇게 화재진압 작전개념의 부족으로 소방관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소방관 개인의 부주의로 몰고간다.

현장활동 표준절차라는 것을 만들어 대원들에게 암기를 강요한다.

표준절차대로 하지 않았으니 소방관 개인 책임이라는 것이다.


화재진압 30분에 10분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란다. 얼마전 방송을 보고 처음 알았다.
이렇게 표준절차를 만들기는 하였으나, 찬밥신세다.

이러한 절차는 하위 직원에게 습득을 하라고 강요를 하는데, 정작 지휘관들은 예외다.

지휘관 1명만 습득하면 될 것을 전 직원에게 습득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표준절차를 습득을 한들 권한이 없는 대원들은 알아봤자 헛수고다.

30분간 화재진압후 10분 휴식하겠다고 어느누가 서장에게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이러한 절차를 습득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질 않는다.
지휘관들에게는 이런 것 보다 행정적인 것에서 두각을 보여야 자신의 진급이 보장되니,

과도한 행정업무를 일선 소방대원에게 부과한다.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 안내를 위한다면

TV, 라디오, 인터넷 포탈등을 이용하고 부족하다 싶으면 공문발송을 하면 족한 일이나,

다른 시도의 소방본부 보다 높은 가입 실적을 위해 소방관을 보험외판원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규정된 기일 보다 앞서 실적을 올리기 위해 매일 전화로 가입을 부탁하게 하고,
직접 찾아가 안내를 하고, 심지어 보험에 가입하겠다는 서명을 받아오게 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으며,

매일 매일 가입 실적을 파악해 보고하느라 발품을 팔고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판국에

표준작전절차 습득이라니 가당치 않은 일이다!


소방의 조직체계를 바꿔야 한다. 현 조직은 행정업무가 현장업무 보다 더 강조되고 있다.
소방허가등 행정업무가 필요없다는 말이 아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을 먼저 제대로 세우고 여력이 있다면 부가적인 것도 하자는 말이다.


첫째, 소방조직 그 태생에 초점을 맞추자! 소방은 화재진압, 구조, 구급을 위한 조직이다.
이러한 현장활동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자. 최초 임용후 6개월만 현장활동을 하면 되는 것에서

각 계급별로 진급을 하면 무조건 현장활동을 일정기간(1년 또는 차 계급 최저 진급 소요년수의

1/2이상 등)동안 해야하는 것으로 규칙을 제정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면 지휘관에게 최소한의 현장경험을 갖추게 할 수 있다.


둘째, 지휘관의 지휘능력등 현장경력을 평가에 반영하도록 하자!
팀장, 센터장, 진압대장, 현장지휘대장, 소방서장, 본부장의 현장 지휘능력을 진급에 중요한 요소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휘책임을 제도적으로 규정하여 지휘관이면 지휘관 닯게

지휘를 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게 하여야 한다. 지금처럼 본인이 지휘를 잘못하여

소방대원이 죽거나 다쳐도 어떠한 처벌을 받지 않는 제도에서는 소방관의 희생을 최소화 할 수 없다.


셋째, 일선 현장활동의 지휘관인 센터장(구조대장, 구급대장)의 직위를 격상시키자.
지금처럼 센터장과 소방서의 내근 계장이 같은 계급이라면 센터장은 진급을 위해

내근 계장으로 갈 궁리만 할 뿐이며, 센터장으로서의 역할은 등한시되고,

현장활동에 필요한 각종 행정적 업무(장비, 화재현장에서의 식사, 물 등)의 처리에

애로가 항상 존재하게 된다.


넷째, 다른 과(소방행정과, 예방안전과 등)의 과장과 직급이 같은 현장지휘대장의 계급을
한단계 상향하여야 한다. 지금처럼 예산과 인사를 다루는 소방행정과장을 소방서장이 되는

제일의 자리로 하여서는 소방은 말그대로 소방이 아닌 일반 행정기관과 다름없게 된다.

현장지휘대장을 소방서장과 같은 ‘소방정’이 맡게 하고, 다만 초임 소방정이 맡게 하여 소방서장과의

상하관계를 확실히 하고 현장지휘대장의 입장에서 현장업무를 중심으로 하고 그 밖의 업무는

원할한 현장활동을 보조하는 수단이 되게하여야 한다.

이는 군의 대대에서의 작전장교, 연대에서의 작전과장과 비슷한 것이다.


끝으로, 인원이나 예산등 여력이 된다면 그 밖의 업무를 챙기자!
소방검사 및 인허가 업무에서 필요이상으로 개입하여 업무에 거품이 심하다.

유관기관에 넘길수 있는 일은 넘기고,줄일수 있는 업무는 줄이고 없앨수 있는 일은 없애도록 해야한다.

앞서 말한대로 소방의 기본은 현장활동이다.

기본이 흔들리면 다른 부가적인 것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예산 문제나 여러 문제로 위에서 제시한 개선안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예산부족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 한들 한 소방관의 죽음으로 어머니의 아들, 아내의 남편,

아들의 아버지를 잃은 이들의 곤경 보다 어려운 일이 겠는가?

정말 예산이 부족하면 다른 것을 포기하더라도 이것만은 꼭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만 소방관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은 개인이나 어느 특정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고 자 함이 아니고,
소방조직의 본성에 가장 적합한 체계를 나름 고심 끝에 마련한 것임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

또한 이번 김해시 동료 소방관의 죽음을 보고 그 죽음을 막을수 있는 나름의 방책이 진작 있었음에도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담벼락에다 외치는 심정으로

공식적인 경로(그 경로라는 것도 없지만)를 통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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